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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 윌셔가 빌딩 16채 강진에 취약

‘빅원’이라 불리는 강진이 발생하면 LA한인타운 내 16채 이상을 포함, LA 지역 콘크리트 건물 1000채 이상이 붕괴할 것으로 나타났다. LA시 등 일부 도시는 노후화된 해당 건물을 대상으로 보강공사를 의무화했지만, 이행률은 낮은 상황이다.     10일 LA타임스는 LA지역 건축물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해 1000채 이상의 콘크리트 건물이 지진에 취약하다고 보도했다.     우선 지진에 취약한 해당 건물은 1950년대 전후 지어졌다. 당시에는 최신 건축공법을 사용했지만, 강진 대비는 소홀히 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신문에 따르면 지진에 취약한 건물은 ‘벽돌을 쌓아 올린 저층건물 또는 지진 발생 시 좌우 흔들림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non-ductile concrete building)’이다.     특히 LA지역에는 이런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다수를 차지한다. LA한인타운의 경우 1956년 지어진 LA총영사관과 뱅크오프호프 본점으로 쓰이는 3200 윌셔 빌딩, 이웃케어 클리닉이 입주한 3255 윌셔 빌딩 등이 해당한다.   또 윌셔 불러바드 선상 탈마지·게이로드 아파트, 6가 인근 윌셔 크리스천 교회 등 16채가 포함됐다.   LA타임스는 이들 건물의 공통점으로 LA카운티 재산세 산정국 자료를 토대로 내진 보강공사의 기록이 없고 건물주 및 관리회사에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LA다운타운 등 도심 전역의 준고층 콘크리트 건물 1000채 이상이 비슷한 상황이다. 해당 유형의 건물은 좌우 흔들림이 심할 때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은 철근 수직 기둥과 각 층을 이루는 수평면과 결속이 약하다. 이런 상태에서 좌우 흔들림이 발생하면 철근 기둥 파열이 쉽고, 각 층은 시루떡처럼 무너져 내릴 수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7.8과 7.5)으로 2만3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벽돌식 저층건물과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많아서였다.   지진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피해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USC 제임스 도란 교수는 “지진으로 (LA지역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철근 기둥이 파열되는 순간 각층은 ‘팬케이크’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1971년 실마 지진(규모 6.6), 1994년 노스리지 지진(규모 6.7) 때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속절없이 무너져 피해를 키웠다.   연방 지질조사국(USGS)은 규모 7.8 지진이 남가주에서 발생하는 시뮬레이션 분석결과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50채가 부분 또는 완전히 무너지는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건물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7500명이나 된다.   또한 2008년 기준 강진 발생 시 벽돌식 건물과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2채 중 1채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 지질조사국(USGS)은 해당 건물을 철근 등 등으로 보강공사를 해야 강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A, 샌타모니카, 웨스트 할리우드는실마 지진 이후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보강공사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LA시의 경우 의무화 기한이 2040년까지로 강제력이 약하다. 건물주도 지진 보강공사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건축회사 미야모토 인터내셔널 키트 미야모토 대표는 보강공사 의무화 기한이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한 뒤 “가주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로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A지역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현황은 웹사이트(graphics.latimes.com/non-ductile-concrete)로 확인할 수 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한인타운 빌딩 콘크리트 건물 비연성 콘크리트 벽돌식 저층건물

2023-02-10

[열린 광장] 천천히 써야 써지는 볼펜처럼

어디든 다운타운은 자동차와 사람으로 넘쳐난다. 오랜만에 찾은 로스앤젤레스의 다운타운도 그랬다. 붐비는 자동차의 행렬, 사람들의 잰 발걸음, 빽빽한 빌딩 숲을 헤집고 건물을 세우는 건축 현장의 활발함이 다운타운을 가득 메웠다.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지인을 방문하고 점심을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다운타운에서는 어디를 가든 주차하기가 어렵다기에 식당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신호등 몇 개만 지나면 금새 갈 수 있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다운타운의 번잡한 길을 지나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더구나 그분의 발걸음은 왜 그리도 느린지, 분주함에 익숙한 나는 중간중간 멈춰서서 그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기를 몇 번 하다 보니 이제 나도 그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자 놀랍게도 또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높은 빌딩 사이로 푸른 하늘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인사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의 칙칙함 속에서 생명의 기운 가득 품은 가로수는 바람과 햇살을 한껏 머금은 채 춤을 추어댔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젊은이들의 흥겨운 몸짓, 짧은 점심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저마다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더구나 천천히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에는 한 이민자가 지나왔던 진솔한 삶의 여정이 고즈넉이 녹아 있었다. 그 느긋함은 식당에서도 이어졌다. 우리 일행을 자리에 앉히고는 한참 만에 음료수 주문을 받은 직원은 다시 한참을 기다리게 하고서야 음식 주문을 받으러 왔다.     예전 같으면 짜증이 앞섰을 텐데 어차피 마음을 비우고 느린 걸음으로 찾아온 식당에서 바쁜 티를 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옆에서 재촉하는 이들의 어수선함이 눈과 귀를 거슬리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만한 점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운전대를 잡으니 끊겼던 필름이 다시 돌아가는 것처럼 멈췄던 세상이 또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속도를 줄였다.     뒤에서 달려드는 자동차가 추월하도록 슬쩍 자리를 내주고, 옆에서 끼어드는 차가 편하게 들어오도록 속도도 살며시 줄여주었다. 자동차의 속도를 조금 줄였을 뿐인데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세상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에 저런 건물이 있었구나, 저 광고판은 언제부터 있었지?’ 늘 다니던 길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을 뇌까리다 보니 어느새 집이다. 가끔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야 보이는 세상을 접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날의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볼펜을 들었다.     늘 쓰던 볼펜인데 아무리 써도 나오지 않았다. ‘속에는 까만색 잉크가 가득한데 왜 써지지 않을까?’ 두덜대면서 볼펜을 이리저리 재빠르게 움직여 봤지만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끌쩍거리는데 어느 한순간 볼펜이 지난 길에 검은색 줄이 뚜렷이 나타났다. 볼펜을 아주 천천히 움직였을 때였다.     오늘도 조금만 천천히 살아보자. 천천히 써야 써지는 볼펜처럼, 걷기도 천천히, 운전도 천천히, 생각도 천천히 하다 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이 선명하게 펼쳐질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열린 광장 볼펜 한순간 볼펜 콘크리트 건물 음료수 주문

202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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